김연갑의 아리랑 - 국악신문



  기미양(2010-11-26 14:53:35, Hit : 519, Vote : 78
 2004-12-07 목은 이색, 아라리를 만나다. (1)

1388년 61세 때, 이 색은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 직후에 문하시중에 임명되었다.  이 때 고려왕조의 존립을 전제로 사전혁파(私田革罷)를 단행함에 “옛 법은 경솔히 고칠 수 없다”며 급격한 개혁을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적인 대토지소유제에도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했다. 또한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에 대해서도 군령을 위반하고 왕의 명령을 거역한 행위로 인정,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입장이었음으로 이성계와 그 동조 세력들로부터 미움을 산 것은 물론이고 주도세력들로부터는 가장 거슬리는 인물로 지목되었다. 그 결과 이성계 세력이 국정을 주도하게 되자 제일먼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유배를 가게 했고, 두 아들을 탄핵한 것이다. 이는 개성 송악산(만수산)에 검은 구름이 모여와 종국에는 억수장마가 질 것이라는 위기 상황을 마음 조리며 세상을 향해 호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의 일단이 바로 정선아리랑의 <눈이 올라나···> 이고, 이 색의 시조 <백설이 ···> 이다.

백설(白雪)이 잦아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
반가온 매화(梅花)난 어느 곳에 피엿난고
석양(夕陽)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누어진 두 진영 중 온건파의 영수인 이 색은 역사의 전환기를 맞아 번민했고, 이러한 심정을 자연의 경치에 빗대어 노래하였다. 따라서 이 시조는 왕조 교체기에 고뇌하는 지사(志士)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초장에는 이 색이 처한 현실의 어려운 상황이 그려졌고, 중장에는 자신의 마음을 반갑게 맞아 줄 매화를 찾아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종장에는 기울어가는 국가의 운명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그려져 있다.  

유명한 작품으로 교과서적으로 말 해지는 주제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밀려오는 망국적 위기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더 크게 보여 진다. 시어(詩語) ‘백설’은 고려의 유신(遺臣)을 말 하고, ‘잦아진’은 땅에 녹아서 조금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이성계 일파에 친구와 제자 등이 합세하여 자신과 같은 절의파들을 탄압하여 잦아들어 있다는 것을 표현 한 것이다. 그리고 ‘구름’은 이성계일파의 무력적 탄압과 집요한 회유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처지에 있는 현실을 바로 ‘머흐레라’로 표현 하고, ‘석양’으로 이미지화 한 것이다.

결국 주제나 주요 시어 ‘구름’은 앞의 정선아리랑 <눈이 올라나····>와 동일하여 상통한다. 이는 ‘상통’ 정도가 아니라 시적으로는 하나의 작품처럼 일치한다. 시점과 화자의 입장과 그 태도까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는 둘을 병렬시켜 살펴본다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선아리랑을 수구(首句)로 하여 시조와 연결시켰다.

눈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물레라
그리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였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 경우 시조의 원시가 절구(絶句)든 율시(律詩)든 3행이었을 리가 없기에 시조화 하는 과정에서 축약된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한시적인 형식이 구어화 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행갈이가 들고 날 수 있다고 보아 이 다섯 줄 시는 크게 어색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작품의 흐름이 자연스러운가의 여부인데, 1·2행이 화자가 없는데, 5행에서 ‘갈 곳 몰라 하노라“로 화자가 등장하여 전체적인 구성은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즉, 하나는 같은 시기, 같은 시상으로 쓴 각각의 시가 시조와 민요로 수용되었다는 것이다. 둘은, 원래 둘은 하나의 한시(漢詩) 작품으로 우리말로 풀이되어 민간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시조와 민요화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장르적 속성대로 시조는 문헌으로 전승되어 작자가 전해졌고, 민요는 작사자를 부연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함으로 정선아리랑의 머릿사설 <눈이 올라는 비가···>와 시조 <백설이 ···>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 될 수 있다.

하나는 이 사설을 고려 유신의 한시에서 유래 했다고 하는 정선 지역의 주장대로라면, 또한 그 내용을 고려멸망에 대한 회포라고 한다면, 그 원시의 작자는 이 색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둘은, 사설 <눈이 올라나···>의 원시는 시조 <백설이···>의 원시일 수도 있고, 다른 한시에서 사설화 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셋은, 원시(原詩)의 여부로 동시대의 다른 시조가 원시를 문헌으로 전승하고 있는데 비해 <백설이····>는 없다. 이는 원시가 처음 수용된 곳이 비정치적인 공동체임을 말하는 것이다. <눈이 올라나···>를 시조와 다른 원시로 볼 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 경우 정선 지역에서 주장하는 종래의 ‘한시율창설’에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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