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으로 세상보기
근본적으로 아리랑은 민요이다. 그러나 이 아리랑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단지 민요론 만으로는 정당 한 해석이 될 수 없다.
아리랑은 누구나가 인정하듯 '한민족의 노래'이며 동시에 '한민족통일원가'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에는 민족사의 고난과 영광이 담겨 있고 그 주인공인 민중들의 생활사가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문자 깨나 아는 이들에 의해 남겨진 그 많은 문집류에 단 한 줄로도 담아 놓지 않 은 노랫말을 순전히 민중들의 귀와 입으로만 2천여 수나 쌓아 온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아리랑의 생 명력'이며 그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아리랑은 적어도 민족사라는 프리즘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 해석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는 결국 아리랑은 우리들의 모든 것을 민중언어로 담아 내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리랑 은 어디에든 있고 어디에서든 불러진다.
한 민족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바로 아리랑은 한민족 임을 증명하는 '존재증명'인 것이다.
그렇다. 아리랑은 '우리들의 족보'이며 '우리들의 만다라'이다. 바로 나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10년을 작업해 왔다.
지난 1986년에는 자료집「아리랑」(현대문예사)를 통해 그 존재 양식과 다양 성을 확인하려 했고, 1988년 논평집「아리랑 그 맛·멋 그리고…」(집문당)에서는 이에 대한 나름 대로의 해석을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이번의「팔도아리랑기행」에서는 각각의 존재 양식과 가치 에 대해 그 해석을 시도해 보려 했다. 물론 연구 논문이 아니기에 그 방법상에서나 결과에 있어서 이 의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본격적인 논문을 쓰기 위한 한 과정으로 보아 준다면 이어지는 작업에서 보완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기행 답사 보고 형식은 전체 4권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특히 일본·미국·러시아·중국·필리핀 등지에서 불려지는 아리랑에 대해서는 오늘의 모습뿐 아 니라 그 변이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욕심에 다시 여러 차례 답사 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북한의 현황에 대해서는 1차 보고의 의미로 몇 편의 글을 제시했다. 그 동안 많은 독자들로부터 격려와 또 오류에 대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나는 아리랑에 관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아직 구해 놓고 읽지 못한 문헌, 정리되지 못한 자료, 풀어 내지 않은 카세트 테이프, 이런 것들 이 내 자료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를 볼 때마다 조바심도 나고 과연 가치가 있는 작업일까 하 는 회의가 들지만 이 아리랑 작업만큼은 나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라도 계속하리라는 마음을 먹는다.
물론 나의 이런 다짐은 우선은 이 땅의 소리꾼들과 내 가족 그리고 선학자나 동료들의 고마운 배려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들에 대한 나의 보답은 결코 작은 만족이나 몇 편의 글들이 아 닌 끝없이, 계속 작업하는 것임을 안다. 이제 세 번째「아리랑」을 펴내면서 이를 다시 한 번 다짐 한다.
내가 10여 년 전에 지녔던 그 뜨거움 그대로 아리랑 작업을 하기 위해서, 나는 '아리랑으로 세상보기'를 하고 있다. 그래야만 아리랑이 바로 보일 것이기 때문에….
1993. 5. 10 안양 자료실에서
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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