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갑의 영천아리랑

칼럼-영천아리랑 (김연갑)


'영천아리랑'유감? 지난 10월 26일 세계 유네스코 제31차 총회에서 '아리랑상'의 첫 수상국이 발표되었고 남북한 간에 아리랑을 주제로 한 '통일국가 (國歌)' 제정 논의가 제기 되고 있는 탓에서 인지 국내외에서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고조 되고있다. 우선 알려진 것만 예를 들어도 내년 4월 <한민족아리랑의날> 제정 선포와 관련한 대규모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나, 일본 동포사회에서 <아리랑합창제> 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나, 경북 영천시에서 <영천아리랑비> 건립하는 논의가 일고 있는 사실이 그것이다.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따진다면 저항·연대와대동·해원상생정신을 기치로 하여 변혁기 때마다 사회전면에 나서는 아리랑의 본령을 이해한다면 이 같은 현상들은 너무나 적확하게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세 계사적으로나 한민족사에서나 오늘날의 상황은 변혁기라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이렇게 시대상의 바로메타인 셈이다. 그런데 위의 현상 중 <영천아리랑비> 건립에 대한 논의는 호사다마격으로 현재 이론이 제기 되고 있어 귀 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문제는 여러면에서 시사점을 담고 있어 여기서 간략히 짚어 보기로 한다. 논란의 진상은 이렇다. 즉 첫째는 이 노래가 현재 북한에서 널리 불려지고 있는 노래라는 점, 둘째는 전통성 여부가 규면 되지 않았다는 점, 셋째, '영천'의 고유지명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적어도 학술적으로는 제기 될 만한 사항들이다. 그러나 '영천아리랑'을 이미 1986년 소개한 필자로서는 그동안 계속적인 관심을 가졌던 결과 위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거를 들어 논란에 답 하고자 한다. 첫째, 구비문학 특히, 민요의 특성상 그 작사·작곡자 또는 그 연원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고, 둘째는 적어도 중국동포들의 증언으로는 분단 이전 항일운동기부터 불렸음이 분명함 으로 그 전승 상황을 주목해야 하고, 셋째는 설령 중국동포사회와 북한에서만 전승 되는 노래라 해도 '영천' 이 경북 '영천'을 지칭함이 분명하다면 지역에서 이를 기리려 한다면 이는 자연스런 일이라고 본다. 넷째, 설령 항일운동기 어느 누군가가 고향을 그리며 작곡·작사한 창작곡이라 해도 중국과 북한에서 30여년 이상 전승력을 지녀 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고향에서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특히, 남북 교류차원에서도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보아 오히려 거들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영천"이 경상도의 욕설 중에 "용천인지 지랄인지"또는 노랫말 중의 "아라린지 지랄인지 용천인지" 라는 말의 "용천"이 와전 된 것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연구 논문 (중국조선족과 아리랑> 1999. 박창묵, 아리랑연합회) 중국 흑룡강성 상지시 로가기향 신승촌 조선족 마을민들의 증언이나 북한 문헌 《조선민족음악전집》1999,평양, 민요편과 월북작가 박태원과 관련한 증언 (<북한아리랑연구> 2000, 아리랑연합회) 그리고 이 작품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북한작곡가 이한우의 증언에서도 경북의 지명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잘못 된 견해라고 보게 된다. 이상에서 '영천아리랑'이 제 고향에서 뒤늦게나마 대우를 받는 것은 지당하다는 것을 거들었다. 물론 딱히 학술적으로는 다른 견해를 피력할 수도 있겠지만 거듭 말하지만 항일운동기 중국 동포들에 의해 고향의 노래로 불려지기 시작하다 분단 이후 북에서 정착, 넓리 불려지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 의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부디 이를 학문적 논리나 편협한 '레드콤플렉스' 때문에 '영천아리랑'의 귀향을 가로막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중국과 북한에서 불려지는 '영천아리랑'의 노랫말을 소개한다. (중국편) 아라린가 지랄인가 영천인가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오 아주까리 동백아 열리지 말아 산골집 큰애기 발덧이 나누나 앵구나 오뒤는 단맛에 먹구요. 딸구나 살구는 신맛에 먹는다. 아리랑 고개는 얼마나 먼지 한번 간 님은 왜 못오느냐 요놈의 총각아 치마폭 놔라 외벌로 당친 치마폭 콩 튀듯 하누나 (북한편)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고개로 날넘겨주오 아주까리 동배야 더많이 열려라 산골집 큰애기 신바람난다 멀구야 다래야 더많이 열려라 산골집 큰애기 신바람난다 울넘어 담넘어 님숨겨두고 호박잎 난들난들 날속였소 <조선민요곡집>에 대해 1961년 북한 주체음악이론 확립 단계에 기여했던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의 민요조사 첫 결과물 수록된 총 31곡은 남북공동으로 분단 이전, 항일시기에 불려졌던 민요이다. 그럼으로 여기에 수록된 "영천아리랑'도 전통민요로 인식, 채록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경상도 메나리토리라는 정형화 되지 않는 선율에서 창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악보나 노랫말 자료와 비교할 때) 더불어 민요의 양악보화나 체계적인 조사작업은 남한보다 먼저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는 구체적인 자료이다. 현재로서는 '영천아리랑'에 관한 최고의 문헌으로, 이 시기의 북한측 음악자료가 국내에 입수 되기는 처음이다. 이 민요집의 참여 전문가는 채보에 한시형(최고의 작곡가), 가사정리는 이면상(최고의 가요작사·작곡가) 김형원, 정로식 (최고의 공연 예술 이론가) 조령출등 편집원칙 ① "우리나라(북한)의 저명한 과거의 명창들이 취입한 레코드 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저명한 배우 (예술인에 대한 총칭) ② 원형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에서 ③ 각곡의 주제 내용과 역사적 근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향에서"(서문에서 인용) ->북한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