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갑의 북한아리랑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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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아리랑연합회 주관 01통일아리랑축전 행사 중 학술세미나 원고입니다. 자료가 필요하신 분은 필자나 본 연합회로 이멜 보내 주세요 북한 아리랑의 문학적 실상과 문제점'

이 창 식(아리랑학회 회장/세명대 교수) Ⅰ. 문제 제기 북한의 아리랑은 1960년대에 편찬된 자료집과 최근 2000년도의 자료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통민요의 발굴 및 정리를 위한 의도성에서 나온 것은 남한의 실상과 별다르지 않다. 북한의 문예정책에 의한 개작의 과정을 거쳤더라 도 본래의 모습이 훼손되거나 왜곡되는 측면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서 아리랑의 가요성(歌謠性)은 ‘민족적 정서’의 충만함과 관련이 있다. 북한이 1980년대에 민요의 발굴사업을 전국적으로 벌인 바 있으나 기존의 자료를 확대하여 정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 조선족자치주인 연변 쪽의 자료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리랑의 수집과 체계화는 따로 이루어진 적은 없고 민요의 발굴사업에서 ‘의도적인’ 일면만이 보인다. 의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민족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 하기 위한 전략에서 발굴 및 정리를 시도하였다. 당의 정책에 의해 민족유산의 체계화와 문화정책 상 개작된 모습으로 수록된 것이 보일 뿐이다. 아리랑의 주체적 계승은 ‘주체적(主體的) 문학’ 예술 건설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하였다. 앞선 세대가 이룩한 아리랑과 같은 민족문화유산이야말로 ‘인민적’ 예술지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김용범 외, 《90년대 북한 문화 예술계의 정책적 변화양상과 향후 남북문화교류 방안》, 한국문화정책개발원, 1998. 주체사상의 전일적 지도가 확립되어 나가는 상황에서 아리랑의 인민성은 지대한 역할로 작용한 것이다. 이 글은 윤수동 등이 편집한 《조선민요 1000곡집》(2000)과 《조선민족음악전집》3권(1999)에 나타난 아리랑 자료를 검토하여 존재양상 을 드러내는 데 있다. 이른바 주체문학론의 입장에서 아리랑의 실상을 검토하고 남한의 아리랑 현상과 비교할 필요가 있 다. 자료 분석은 윤수동 편, ≪조선민요 1000곡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2000.)을 중심으로 하되, 기왕에 소개된 북한 관련 자료들을 간접적으로 다룬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문화교류와 협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학술교류면에서 민요분야와 같은 민족예술의 복원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Ⅱ. 북한의 아리랑 인식과 개작성 북한에서 민요 아리랑은 오랜 세월 북한 인민들의 사랑 속에서 널리 불려지는 과정에 지역에 따르는 여러 가지 변종들이 생겨났으며 전국적으로 하나의 민요군(群)을 이루었다고 하였다. 아리랑의 다양한 변종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남한에서의 아리랑 분포권에 대한 인식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아리랑군(群)은 평안도의 서도아리랑, 강원도의 강원도아리랑, 고성아리랑, 함경도의 함경도아리랑, 단천아리랑, 경상도 의 밀양아리랑, 경기도의 긴아리랑, 전라도의 진도아리랑, 그밖에 영천아리랑, 정선아리랑, 삼아리랑 등 적지 않은 변종들 을 가지고 있으나 그 바탕에 흐르고 있는 내용에는 거의 모두가 사랑의 감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버리고 간 님에 대한 애정과 원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 공통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한 사랑의 노래로 볼 수 있지만 그 바탕에는 해당 시기 북한 인민들이 당하던 쓰라린 고통과 설움, 통치집단들에 대한 원한 그리고 행복한 생활에 대한 지향과 염원이 절절하게 반영되었다고 해설하고 있다. 엄하진, 《조 선민요의 유래》, 예술교육출판사, 1992, p. 191. 아리랑의 정서가 서정적 애정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민중 계층 ― 북한에서는 인민집단이라고 쓴다 ― 의 쓰라린 경험이 곡진하게 새겨진 측면이 있다고 한다. 민요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나온 무성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 그때 이 노래는 처음으로 창작된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민요 아리랑을 편곡한 것이다. 민요 아리랑의 음악정서적 표현은 아름답고 고상하며 순하고 우아한 북한 인민의 민족적 정서를 진하고 풍부하게 구현하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리랑은 이처럼 북한의 주체문학론에 부합하는 구전문학이다. 남한에서 기층집단(基層集團)의 구비문학적 인식과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니다. 필자가 쓴 ‘아리랑’ 항목을 참조할 것. 《한국문화상징사전》2, 동아출판사, 1995. 아리랑에는 당성, 계급성, 인민성 등이 내재되어 있다. 이른바 사상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당성은 향유층의 혁명 성과 연결되고, 계급성은 투쟁성 또는 저항성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인민성은 민중성과 현장성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아리 랑의 정체성(正體性)은 이런 점에서 기층성과 적층성을 지니면서 변화성을 지녔다. 민요는 생활화된 측면이 있다. 아리랑도 이러한 기반에서 활발하게 전승되었다. 아리랑에 대한 북한 지식인의 인식은 김일성?김정일의 사회주의 문학건설론과 맞물려 있다. 주체사상이라는 범주에서 아리 랑은 만병통치약의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아리랑에 관심을 표방한 학자, 작가, 예술인들도 대체로 아리랑의 사상성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안목을 강조하고 있다. 앞의 책, 서문 참조. 아리랑은 삶이 친근한 ‘길동무’가 되어 인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새로운 삶을 창조하기 위한 투쟁가 또는 사회주의 쟁취 가로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맹신적인 인식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리랑의 사상적 영향이 지대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윤수동 외, 《조선민족음악전집》(민요편 3), 예술교육출판사, 1999, 서문 참조. 1.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코리아 코리아 나간다 민요의 장단에 발맞춰 코리아 유일팀이 나간다 하나의 기발 높이들고 우리민족을 빛내여가자 이겨라 이겨라 코리아 승리의 만세를 부르자 2.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코리아 코리아 나간다 겨레의 환호를 받으며 코리아 유일팀 나간다 백두에서 한나까지 우리 마음엔 통일이 왔네 이겨라 이겨라 코리아 승리의 만세를 부르자 ― 조병석 작사, <유일팀 출전가> 위 사설처럼 아리랑의 사설적 구성을 살려 ‘하나 되는’ 현대판 아리랑을 만들었다. 남북응원전에서 자주 부르던 ‘아리랑’ 과 상통한다. 혁명적인 가요의 대명사로 아리랑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인식한 것이다. 윤수동 편, 앞의 책, p. 768 안기영의 <그리운 강남>에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여”나 비록 일어로 쓴 김용제의 <봄 아리랑> 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농민가에서 인민군가에 이르기까지 투쟁?선동적인 노래라고 보았다. ‘아리랑’의 여음과 형식을 활용한 창작성은 인민시의 모형이 되었다. 혁명과업의 지향성에 부합하는 구전문학의 갈래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아리랑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 서 남북한 단일 선수단의 단가(團歌)로 채택하여 ‘하나’라는 의식을 불러넣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리랑은 그만큼 ‘의도적인’ 변이가 가능한 갈래다. 정리와 해설,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정서적 제약은 필요하였고 아리랑 의 ‘주체적’ 변개는 비교적 손쉬운 일이었다. 아리랑 자료는 향토민요, 통속민요, 신민요, 창작민요 등 두루 나타난다. 향토민요로서 아리랑은 남한의 구비시가의 자료와 별반 다르지 않고 통속민요와 신민요는 개작이 보이고 창작민요로서 아리랑은 개작성을 벗어나 주체적 의도성이 보인다. 아리랑 의 문학성은 그만큼 변화를 보여준 갈래라는 뜻이 된다. 다만 아리랑 고유의 정통성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민요 1000곡집》의 편성에서도 확인된다. 북한 민요를 경험한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민요풍의 노래가 매일 들려왔다. 해당화, 신고산타령, 몽금포타령, 어화 우리 농민 들아, 군밤타령, 아리랑, 박연폭포, 옹헤야, 청산포뱃노래, 양산도, 영진아리랑, 노들강변 등의 노랫가락이 그것이다. 노동은, <북한 방문 인상기>, 《우리 교육》, 1991. 2. 구전 민요의 그것에다가 개작된 창작성이 보이는 각편들이다. 이는 북한에서의 민요 선택의 기준이었다. 한정미, <북한의 문예 정책과 민요의 실현 양상>, 《한국민요학》8집, 한국민요학회, 2000. 김일성?김정일의 민요관은 주체문학관에서 나왔는데 남한에서 구비시가론의 민중성과 역사성에서 볼 때 투쟁성과 계급성이다. 아리랑은 여느 민요 갈래보다 북한의 이러한 민요관에 온전히 부합하는 갈래로 받아들인 듯하다. 아리랑의 인민 지향성은 한민족 의 주체적 정체성이고 아리랑의 민족정서적 주체성과 관련이 있다. 아리랑의 과학적 연구는 이런 맥락에서 사회주의 실현에 맞게 체계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고정옥의 《조선 구전문학 연구》 (1962) 고정옥, 《조선 구전문학 연구》, 과학원출판사, 1962, pp.178～235. 에서부터 장권표의 《조선구전문학개요(고대 중세편, 1990)》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아리랑의 구전문학적 인식도 체제적 도구로서 주체성과 인민의 사상 장치로서 전승성을 높이 평가해 온 것이다. 음악과 관련하여 민족적 정서를 대단히 중시하는 하나의 실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곧 혁명가극 <피바다>를 당의 예술 집단에서 지도하면서 창작성원들에게 밝힌 원칙과 방안도 네 가지로 아리랑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장편 자유서정시 를 지향하며, 둘째는 방창을 도입하고, 셋째는 무용을 필수적으로 형상 수단으로 도입하고, 넷째는 무용미술은 입체적인 형식을 취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민요전통에 있는 바와 같이 민족의 생활호흡에 담긴 춤가락, 노래선율을 강조한다. 율격이 있고 같은 곡에 매 절마다 다른 사설을 붙여서 여럿이 이어 부르게 되어 있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각 지방에 내려오는 아리랑 같은 민요에서도 절과 후렴구로 개인과 군중이 잇고, 받으며 부르는 노래의 전통성을 엿볼 수 있다. 《풍습으로 본 북한의 주민생활》, 공보처, 1993, p. 72. 그 실상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아리랑의 구비적 세계를 수용한 것이다. 아리랑의 건강성은 수용하되 전통적인 행위성으로 활용한 것이다. 현장적 상황의 이해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가의 역사로 보면 고구려의 동동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주목된다. 이 동동은 고구려의 민중들이 민속놀 이를 하면서 불렀는데 남자들이 변방 전쟁터로 떠나간 뒤로 혼자 집을 지키던 여자들이 명절날 남자들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라 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연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애국의 감정이 배여 있는 사랑가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다. 동동이든 아리랑이든 이러한 민요의 절가(節歌)가 민중이 가지는 감정과 정서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민중음악 양식의 정수 라 할 수 있는 탓이다. 획일화된 인민음악에 대하여 동동과 아리랑은 선택적인 고유 장르 인식이 보인다. 이런 인식과 대응책은 사회주의 국가 체계에 따른 당의 이념에 아리랑을 도구화 한 것이다. 신민요식 아리랑은 이러한 정서에 부합하였고 아리랑의 본질적인 면이 이러한 자질을 충실히 담지하고 있었다. 당의 지도 이념이 장르이념으로 수용된 면이 있다. 다만 실제 북한 주민들이 아리랑에 대한 향수 감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Ⅲ. 북한의 아리랑 사설의 존재양상과 특성 북한 민요의 실상은 남?북한 민요의 비교 차원에서 다루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하지 못하다. 북한 민요의 정리는 간헐적으로 ‘ 특수성’을 띤 채 이루어졌다. 다만 그 방법은 ‘주체예술론’의 시각에서 마련되었고 이를 주도하는 계층도 철저히 교시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곧 가창성(歌唱性)이 좋고 유산적 가치가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조선민요 1000곡집》에는 전통민요편에 아리랑이 25편, 신민요편에 4편, 광복후 민요편에 8편이 실려 있다. 전통 아리랑 25편 은 기왕의 자료집에 나온 것이고 신민요편 4편도 마찬가지다. 다만 재창조 재형상 민요의 항목 8편은 철저히 개작된 것이다. 그나마 완전 창작 민요는 많은 편이 아니다. 이 자료집은 북한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변화가 심했던 1990년대 작업하여 나왔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조선민족음악전집》(민요편 3)에 실린 〈서도아리랑〉등은 남한의 자료집에서도 익히 보았던 것이다. 북한의 아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곡조의 활기성과 함께 ‘백두산’, ‘단천’, ‘통천’, ‘평양’ 등 지명어와 분위기에서 확인된다. 앞의 책, pp. 224～267. 아리랑 분포권은 북한 전역임을 알 수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백두산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알뜰히 살뜰히 넘겨주소 - 김관보 창, <아리랑> 이 사설의 내용에서 ‘넘어가는 주체’는 임 또는 시적 자아인데 열정적인 면모보다 고난과 역경의 정서가 흐른다. 사랑과 이별 일 수 있는 내용을 시대적 현실성이 느껴질 정도의 형상화된 각편이다. 이러한 정서도 일제강점기의 항일성이나 그 이후 역사의 항 거성과 연결되면 인민성을 인정받았다. 평양시의 <서도아리랑>도 그렇다. 윤수동 외, 앞의 책.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저기야 향산에 비맞은 제비 수풀 속에서 떠네 - <서도아리랑> 그러나 대부분 아리랑 사설이 기준의 임과의 사연과 정한이 애절하게 표현된 것은 여전하다. 이러한 아리랑의 정서가 시대와 인 민의 목소리이고 민족적 심리의 대변자라는 것이다. 인민의 현실성과 결부하여 형상적 인식보다는 도구적인 인식이 강하다. <해주아리랑>, <신아르래기>, <아르랑>, <단천아리랑> 등도 임을 따라 가고 싶은 간절함이나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 ‘가는 임’ 을 발병이나 나라는 한의 애절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이 민족적 색채라는 것이다. 윤수동 편, 앞의 책, 서문. 민족적 성격은 남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요 아리랑 얼싸 배띄여라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나간다 - <아리랑>, 1896년 채보 아리랑의 내용은 민중의 현실적 고뇌, 이성간의 갈등, 저항의식, 특정계층의 예찬, 유흥적 흥취 등인데 정한(情恨)의 정서가 기본적이다. 아리랑의 보편적 정서는 ‘임’과의 헤어짐과 만남이라는 지극한 인간적인 관계망 속에 형성되었으나 이 보편성은 구연현장이나 향유층에 따라 대응적이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인민성이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윤수동 편, 앞의 책, p. 333.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가잔다 가잔다 님을 따라 고개가 높아도 나는 가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님따라 가는 길 누가 막나 고개가 험한들 내가 가리 - 김영환 창 <신아리랑> 위의 아리랑 사설에는 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화자의 강한 신념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강한 의지의 표현은 님 을 따라가고 싶지만 애써 참아야만 하는 간절함이나 애절함과는 사뭇 그 분위기가 다르다. 이를 확대 해석한다면 혁명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층을 따라 어떤 어려움이나 험난함도 이기고 진군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집체창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동포은 무엇을 먹나? 아리랑 나라는 쌀의 나라 아리랑 동포는 좁쌀도 없다 무자비한 왜놈에게 빼앗기고 오소리 지주에게 착취당해 - 김용제의 <봄 아리랑>(박경수 역) 이미 일제 강점기 《전기(戰旗)》에 실린 시에서도 사회주의의 선전성과 항일성을 보여주었다. 아리랑 사설의 인민성은 노동의 기능성에서 현실적 정치성 곧 선전적 도구성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는 요인이다. 북한의 이념적 기대치는 아리랑 사설의 체제 부응성으로 활용될 소지가 컸던 것이다. 곧 역사적 상황을 긍정하는 정서로 활용하도록 하였고 아리랑의 개방적 구조는 인민의 요구성에 맞아떨어진 측면이다. 정서적 보편성이 내용적인 문제라면 역사적 인민성은 활용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아라리요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루 바다로 가세 선창에서 잠든님이 손 저어주네 아리랑 띄여루 바다로 가세 아라리요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루 만선이로세 갈매기야 너도 좋아 춤을 추느냐 아리랑 띄여루 만선이로세 - <단천 아리랑> 위의 아리랑 사설은 단천아리랑의 일부이다. ‘양산도 장단으로 흥겹게’ 부르라는 이 노래는 바다에 나가서 만선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는 곧 어업노동요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뿐만 아니라 만선을 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이 합심하여 열심히 노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아리랑의 본래 기능을 변형하여 현실적인 목적의 달성을 위한 노래로 전환한 것이다. 노래의 선동적 기능에 대하여 고정옥도 일찍부터 역설하였다. 고정옥, 앞의 책, pp. 190～191. 일반 민요의 선동적 강점은 아리랑이나 참요 사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아리랑의 인민성은 남한의 민중성보다 선명한 이념성을 표출하는 데 적절한 양식적 특징을 지닌다. 인민가요로서 아리랑은 선동적인 측면을 강조한 셈이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불려지는 다음의 <아리랑>사설을 통해서도 이러한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다.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수심도 많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 <아리랑> 구비시가의 특징이 전제되면서 봉건지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인민의 항거를 표현함으로써 의도적인 주체문학론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확대하면 구비시가의 유동성을 통해 아리랑에 관한 의도적인 ‘개작’의 길을 얼마든지 열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정한의 노래이지만 의병아리랑, 독립군 아리랑이나 ‘풍자적’ 아리랑이 그러하듯이 아리랑의 선동성은 북한식 문학 활용에 적절한 양식 (樣式)임을 알 수 있다. 아리랑의 기능적인 인식을 왜곡하여 표면적으로 도구화하는 노래 양식으로 파악한 것이다. 아리랑의 계급성은 일반적으로 민요의 저항성인데 활동 여부에 따라 당성이나 주체성으로 갈래적 인식이 가능하다. 아리랑의 본질적 측면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활용과 해석은 얼마든지 계급성에 따라 달리 보는 것이다. 아리랑에는 인민 중심의 주체적인 역동성과 집단적인 선동성이 있다. 이 점이 아리랑의 민족문화유산으로서 이념의 도구화로 장점 을 받아들인 계기이면서 북한 체제의 관심 사항이다. 다만 현재 전승되는 자료로는 아리랑을 부르는 인민 대부분 집단에서의 민요의 식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산도 설고요 물도나 선데 누구를 보자고 나 여기까지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를 가자 청사초롱에 불 밝혀라 죽었던 랑군이 돌아온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를 가자 - <평양아리랑> 민요 사설의 실상으로 보아 북한의 당국이 인식하는 것과 북한 주민인 향유층의 고유한 관심은 차이가 있을 듯하다. 아리랑의 정서적 친근성은 분명 인민적인데 주체문학론에서는 지도이념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사설의 즐겨 부르기 방식은 예전처럼 간직하 고 있으나 향유층은 ‘이념’을 의식하고 부르는 것이다. 최근 자료에서 창곡이 맑고 경쾌하고 행진곡풍이 우선하듯이 이념적 투 명성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소 온다던 정든님 아니오고 빚쟁이 두 놈이 새벽에 또 왔네 - <평안도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저기야 향산에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평양아리랑> 아리랑의 신민요적 정서는 인민예술성에 부합되어 바뀌었으나 실제 부르기에서는 근본성이 달라지지 않았다. <평안도아리랑>이나 <평양아리랑>과 같은 신민요의 음악적 정서는 밝고 명랑하며 주체사상이나 노동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통속적인 주제라도 그 노래의 긍극적인 추구 수단이 다를 수 있다. 신민요의 빠른 역동성은 사설 이전의 효용성이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에 집을 짓고 우리님 오시기를 기다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고개 님 돌아올 때는 한고개라 - <자강도 전천아리랑> 이 노래의 사설에서처럼 아리랑 고개에 집을 짓고 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린다는 것는 주체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는 사회주의 체제의 주체사상을 받들거나 노동을 함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요인이다. 곧 당의 입장에서는 님을 찾기 위한 보다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1. 봄이 오는 아리랑고개 제비 오는 아리랑 고개 가는 님은 밉단이요 오는 님은 곱단이라 아리아리랑 아리랑고개는 님오는 고개 넘어넘어도 우리 님만은 안 넘어와요 2. 꽃이 피는 아리랑고개 새가 우는 아리랑 고개 피는 꽃은 진달래요 우리 새는 종다리라네 아리아리랑 아리랑고개는 새우는 고개 넘어넘어도 우리 님만은 아니 넘어요 3. 달이 뜨는 아리랑고개 별이 뜨는 아리랑고개 돋는 달은 유정이요 지는 달은 무정이라네 아리아리랑 아리랑고개는 달뜨는 고개 넘어넘어도 우리 님만은 아니 넘어요 ― 박영호 작사, <아리랑랑랑 : 봄이 오는 아리랑고개> 당의 지도부에서는 신민요의 주제적인 내용이 자연 경치나 애정적인 윤리 문제,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울분과 개탄에만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사상의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 행해졌던 일제의 탄압 때문이라고 본다. 창작 아리랑은 공동체적인데 북한식 집체의 목적성이 나타난다. 북한에서는 조선민요의 아름다움을 논의할 때 아리랑이 대표적으로 거론되었다. 20세기 초 지역성보다 전국성을 지녔기에 조선민 족의 애창성이 크다고 하였다. 연원에 대한 설에는 ‘성부와 리랑’에서 나왔다는 것이 있고, 대원군 관련 ‘아이롱’의 구전에서 찾기도 한다. 구조적 특징은 대조로 된 민요로서 3/4박자이고 2부분 형식으로 되었으며 후렴이 먼저 온다는 데서 찾고 있다. 현장성과 가변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다. 곡조에서는 선율적 및 화성적 진행이 매우 규칙적으로 되었고 선율 서술방식에서 서로 묻고 대답하는 듯한 대구법이 잘 안받침됨으로써 창자들의 내면세계를 절실히 드러냈다고 하였다. 엄하진, 앞의 책, pp. 189～194. 사설도 당의 지도성에 지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관현악곡 ‘아리랑’의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주체적 음악예술 발전에 매우 기여하였다는 것이다. 곧 인민의 생활상과 맞물려 악기편성에서 민족적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강조하였다. 곧 죽관악기 위주로 하고 부차적으로 양악기를 배합해서 ‘조선적’ 예술성에 대응하였다고 선전하고 있다. 따라서 아리랑은 새로운 생활 양상을 사설에 담아 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였다고 한다. 앞의 책, p. 114에서 <피바다>식 혁명가극 <밀림아 이야기하라>에 나오는 아라리랑이 그 것이다. 또 1988년기 여성독창과 남창으로 다시 형상화되면서 사설이 부분적으로 수정되었다. 북한 아리랑의 문학성은 분단 이전이나 남한의 그것과 같다. 한국 민요의 대표성은 인정하면서 민족 예술의 정체성을 해석하는 방 식 이 다르다. 일제강점기부터 저항적인 아리랑에 대한 상징성은 체계가 다른 입장에서도 역사적 현실성과 형상적 미학성을 동질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아리랑 사설이 지닌 함축성을 발전적인 수준으로 창작성에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신경림 방식의 공동체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업이 없었다는 점이다. 북한 아리랑의 사설적 특징은 남한에서 아리랑을 문학적으로 드러낸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리랑에 대한 문학적 인식은 남한 에서 보여준 시학적 범주에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주체문학론의 도구적 해석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랑의 ‘하나’되 는 공유성은 남과 북이 동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에서는 기능성과 음악성의 활용에 따라 인민 예술의 장르 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Ⅳ. 맺음말 이 글은 북한 아리랑의 실상에 대하여 민족문화적 정체성의 인식을 중심으로 살핀 것이다. 아리랑에 대한 구비문학적 분석 위주 였기에 총체적인 작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런데 북한 아리랑이 주민들에게 실제로 전승되는 양상을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관념적?도식적인 진술이 되었다. 《조선민요 1000곡집》(연구자료)은 문학예술종합출판사의 음악 편집 집단과 평양 음악무용대학 음악무용연구소 민요연구집단에서 김정일의 주체예술론에 따라 편집한 민요집이다. 민요의 유구성, 다양성, 역사성, 가창성 등을 염두에 두고 전통민요편, 신민요편, 광복 후 민요편으로 구성하여 해설과 주해까지 하여 정리한 것이다. 해설에서 그들의 민요관을 알 수 있는데 교과서적 설명을 보여 주 었고 당의 지도성과 교시성에 부합하는 쪽으로 정리한 인상이다. 여기에 실린 아리랑은 기왕의 민요집 아리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만큼 아리랑의 전통민요론에서 공감되는 인식이 남과 북이 같다는 뜻이 된다. 다만 그 활용 방식은 다르게 나타났다. 아리랑 사설의 문학적 인식은 애정 중심의 서정성인 장르 고유성은 인정 하되 그 이면에는 인민성의 투쟁적인 표현양상이 유산적 가치가 있다고 보아왔다. 유산적 가치는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대한 잣대가 될 수 있고 세계문화 속에 범민족적 문화 공감대로 파악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아리랑의 민족미학에 대한 문학적 검토는 현장론적인 시각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아리랑은 남과 북 양쪽에 살아있으나 현지조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북한 아리랑에 대한 전승적 기반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실제로 북한 사람들의 민요적 기반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아리랑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정체성 논의는 과거에 있던 남북문화의 동질성 회복 논의 방식처럼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 방면에 연구사들이 자료 접근이 용이해졌거나 냉전적 사고로부터 벗어난 친화적 교감성을 우선 한다고 해도 전승과 구연의 실상이 전제되어야 보다 진지한 글쓰기가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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