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갑의 우리 노래 찾기 6
아리랑 편곡자는 김영환
아리랑은 영화주제가
이 때 우리측에서도 아리랑을 제출한 상태에서 문제가 없으리라고 했는데 이의에도 이 같은 단서를 받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그 단서로 제시된 아리랑은 어떤 것이며, 그것으로 제안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 진의를 몰라 한참이나 법석을 떤 후에야 밝혀진 바로는 북한은 1926년 10월 단성사에서 개봉된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을 민족영화 제1호로 꼽고 있으며 이 해를 '타도제국주의' 이념 확립의 해로 보아 현대사의 기점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 아리랑은 바로 영화 주제곡에서 불려진 주제가로 오늘날 누구나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아리랑이었고 위와 같은 그들 나름의 역사성과 그 의미때문에 그런 단서를 달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서 아리랑은 국제적으로는 단일팀 'Korea'의 단가로서 국가의 기능으로 연주되게 되어 우리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러한 일단의 배경에서 아리랑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로 일시적이긴 하지만 아리랑 연구 붐이 일었다.
아리랑 연구로 박사가 3명, 석사가 17명이나 배출 되었고 연구서 및 관련서가 14종, 음반이 9종이나 나오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로서 아리랑의 종류가 50여 종에 노랫말이 4천여수가 되고 그 전승 범위가 남과 북은 물론 해외 127개 동포사회라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고 필리핀의 노수복 할머니 같은 정신대원들과 수잔 브링크 같은 입양아들이 우리말은 잊었어도 아리랑만은 부르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아리랑은 한민족을 묶어 내는 보이지 않는 힘이 담긴 진언(眞言) 같은 것임을 알게했다.
그러면서도 아리랑에는 숙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선아리랑과 같은 아리랑은 그 음악적 배경과 전승단계가 밝혀졌는데 정작은 오늘날 우리가 가까이 부르는 아리랑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흔한 얘기로 역사깊은 전통 민요의 하나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환(金永煥·1898∼1936)이란 인물이 있다.
가요 '낙화유수'(외 20여편)의 작사·작곡자요, 영화 '탄식의 소조'(1934년) (외 3년) 감독이요, 영화 '사랑을 찾아서'(외 20여편)의 변사요, 넌센스 '연애자전'(외 15편)의 해설자이다.
이렇게 우리 나라 1920∼30년 대중예술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임에도 우리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초기에 활동했고, 38세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작고했고, 우리의 대중예술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결과이다.
그런데 이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야 할 계기를 맞게 되었다. 바로 최근에 국내에 입수된 북한 발행의 《나운규와 수난기 영화》(1999·평양출판사)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운규는 아련하면서도 정서가 있고 흥겨운 감정으로 안겨들면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통속적인 아리랑이 필요하여 당시 진보적인 연극단체인 단성사의 음악부에다 새로운 가락을 만들어 줄 것을 의뢰하였다.
그리하여 새롭게 편작된 가락이 <신아리랑>이다. <신아리랑>은 그 시기 단성사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청년 김영환의 편작이다. 그는 <본조아리랑>에다 라운규의 가사를 밀착시키다 보니 선율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신아리랑>이란 곡명을 달았다.
그렇다고 하여 이 작품이 신민요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아리랑>은 어디까지나 <본조아리랑>에 기초하여 다듬어진 가락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기록에서 우리는 아리랑에 얽힌 수수께끼 하나를 풀게 되었다. 즉 오늘 날 '정선아리랑'을 비롯한 모든 아리랑을 총칭하거나 상징적으로 부르는 아리랑의 편곡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라는 후렴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라는 노랫말은 나운규가 지었다고 알고 있으면서 그 곡조에 대해서는 누가 편곡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을 해내지 못했었다. 다만 나운규의 다음과 같은 증언을 그 단서로 해서 여러 억측을 해왔을 뿐이다.
"(회령에서) 서울에 올라와 나는 이 <아리랑> 노래를 찾었지요.
그 때는 민요로는 겨우 강원도아리랑이 간혹 들릴 뿐으로 도무지 찾어들을 길이 없더군요. 기생들도 별로 아는이 없고 명창들도 즐겨 부르지 않고 - 그래서 내가 예전에 듣든 그 멜로디를 생각하여 내어서 가사를 짓고 곡보는 단성사 음악대에 부탁하여 만들었지요"
그랬다. 나운규는 "단성사 음악대에 부탁"하여 만들었다고 했다. 이에 근거하여 그 동안 우리는 당시 활동했던 음악인들 중 유명인사들을 거론해 왔다.
바이얼린 연주자인 홍난파를 떠올렸고, 구한국 군악대 교사였던 백우용을 떠올리기도 했고, 여러 사립학교 음악교사로 활동하던 이상준을 떠올리며 그들 중 어떤이가 편곡했을 거라고 추정해 왔다.
딱히 그들이 단성사 또는 그 음악대에서 활동했다는 근거도 없었음에도 단지 이들이 오늘까지 이름을 갖고 있는 이들이란 이유로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아리랑(민요·영화등 전 예술 분야)을 개인 차원에서 연구하는 우리 와는 다르게 혁명가극 <피바다> 등의 가극 주요장면에서 아리랑을 쓰고, <민족유산 시리즈> CD-ROOM의 제1호로 아리랑을 낸 것과, 1960년대 초에 나운규의 전기를 낸 것과 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적 차원에서 아리랑을 연구하는 북한에서 그 편곡자를 밝혀 낸 것이다.
당연한 표현이지만 남과 북은 물론 127개국 교민사회 동포들까지를 포함한 한민족 구성원 모두가 '민족의노래'로 공인하는 그 아리랑의,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상징(Symbol)으로 <세계의노래>가 된 그 아리랑의 편곡자가 김영환임이 밝혀진 것이니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아리랑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50여종, 4천 여수의 노랫말을 갖는 모든 아리랑의 총칭 또는 대표로 지칭되는 아리랑(서울·경기 ·본조아리랑이라고도 한다.)은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서 그 전 6절의 노랫말을 지은이는 나운규이고, '본조아리랑'을 기본으로 오늘의 음률로 편곡, 정형화 한 이는 김영환이다.
그럼으로 이 아리랑은 정선아리랑과 같이 전통적인 민요가가 아닌 일종의 창착 신민요이나, 그럼으로 6절의 작사와 작편곡자를 나운규와 김영환으로 기록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나운규 작사의 노랫말과 편곡 악보는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자.
아리랑
1.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2.
청천하날에 별도 만고
우리네 살림살이 말도 많다
3.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와요
이 강산 삼천리에 풍년이 온다
4.
산천에 초목은 젊어나 가고
인간에 청춘은 늙어만 가네
5.
문전에 옥답을 다 어이하고
동냥의 쪽박이 왠 말인가
6.
싸우다 싸우다 아니되면
이 세상에다가 불을 노리다
이상의 아리랑 노랫말이 나운규작이 분명한 이유는 앞에서 살핀 나운규 자신의 주장과 "나운규 원작"으로 된《영화소설 아리랑》(1929)에 동일 가사가 나오는 것과 1931년 발행된 《현대유행가 영화소곡집》에 나운규작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1931년 발행된 《정선조선가요집》에는 5가 칼로 삭제되거나 잉크로 지워진 상태로 판매되어 이 노랫말이 일제에 탄압을 받은 것임을 알게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영화 <아리랑>의 여주인공 신일선이 "캇트당한 노래"로 증언한 바 있어 분명하다 하겠다.
이는 유명한 가수 채동원이 취입·발매한 유성기 음반 <아리랑>에 1∼3절만 나오는 것으로 봐서도 그렇다.
다음은 곡조의 문제다. 위의 나운규 증언 중에 회령에서 들었던 아리랑의 존재와 북한 기록에서 '본조아리랑'을 기본으로 했다고 하여 두가지 아리랑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두가지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게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조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운규의 10대 이전 즉, 1900년 이전에 있었던 아리랑으로는 '정선아리랑'(강원도아리랑)과 여기에서 파생되어 생겨난 '아르렁'으로 1896년 H.B 헐버트라는 선교사가 채보해 놓은 것이 있었던 것임이 밝혀졌다.
후자는 그럼으로 '정선아리랑'과 '아르렁'이 그것들 이라고 보는데 이 중에서 1929년 기록된 《영화소설 아리랑》에 게재된 악보와 비교할 때 후자가 나운규가 들은 것이고, 북한 기록에서 '본조아리랑'이라고 한 그것임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