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리랑 국내에 CD로 나왔다'-조선일보 'feel' 99년 9월호
북한 아리랑 국내에 CD로 나왔다'

' 북한 아리랑 국내에 CD로 나왔다'

'아리랑' 만큼 우리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한 노래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아리랑' 앞에서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불필요한 것이었다. 이번 광복 54주년을 맞아 북한지역에서 불려지고 있는 '북한 아리랑' (신나라 레코드 출시) 13곡이 CD에 담겨 분단 이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그간 94년부터 북한 아리랑 음반 출시작업을 진행해온 사단법인 한민족아리랑연합회(이사장·한완상)의 5년여에 걸친 노력이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음반에는 남한 지역에서는 없는 '3 아리랑', '온성아리랑', '살피막 아리랑', '경상도 아리랑', '영천아리랑', '랭산모판 큰애기 아리랑' 등 6가지의 전혀 새로운 노래도 함께 실려 있는데, 13곡 전부를 북한서 공훈 배우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북한 가수들이 부른 것이다. 음반을 내기까지는 중국과 일본 등에 나와 있는 북한 음반과 한민족아리랑연합회 해외지회 회원들이 발로 뛰며 찾아낸 곡들을 모아 엮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곳곳을 돌며 아리랑 연구를 위해 헌신해온 '아리랑 박사' 김연갑씨(한민족아리랑연합회 이사·46)가 이번 음반 출시 작업의 산파역을 맡은 장본인.

"우리민족의 정서가 뚜렷하게 담긴 아리랑이야말로 남북을 하나로 이어주고, 민족전체에 일체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매개체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그 어떤 문화유산에 비길 바가 아니지요. 그간 중국 러시아 독일 중만미 등 해외 75개국에 흩어져 토착화된 교포들의 아리랑까지 다 수집해왔는데 유독 북한 아리랑의 실체만큼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 95년도에 북한 아리랑 음반을 내려 했지만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미뤄오며 더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5년 남북 고향방문단의 서울 예술단 평양 공연을 계기로 북한 아리랑의 존재를 처음 알 수 있었다는 게 김연갑 이사의 설명이다. 당시 우리 예술단이 부른 '아리랑 목동', '원산 아리랑' 등을 들은 북한측은 "남한의 아리랑은 재즈화, 양풍화됐다"고 비난을 했다는 것. 이때부터 과연 북한 아리랑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90년 남북탁구단일팀 합의 당시 북측은 단가인 '아리랑'은 "1920년대 나운규의 '아리랑'으로 하자"고 제시했고, 문익환 목사의 방북 때에 김일성은 "우리는 남북단일팀 단가가 미래의 국가(國歌)가 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출시된 음반을 통해서는 오늘의 북한 아리랑의 노래말, 곡조, 창법 등을 부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김연갑 이사의 설명이다.

"가사와 리듬의 변질은 없었습니다.다만 탁성이나 꺾임 소리가많이 쓰이는 우리 전통 아리랑의 창법이 아닌 서양식 발성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밝고 경쾌한 사회주의 국가 나름의 창법인 셈입니다. 그들은 음악의 기본을 '민요'에 두고 '민중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노래가 아니다.

는 입장을 펴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려운 창법 대신 가사를 바로 전달하고 감정의 동요를 쉽게 부추길 수 있는 노래로 편곡해 만든 겁니다. 듣는 노래가 바로 일의 생산성으로 연결될 수 잇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한편 음반을 출반하는 측에서는 북한측으로부터 판권 사용을 양도받은 대신 이에 상응하는 15%의 인세를 주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보다는 조금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되는 셈인데, 그간의 섭외 과정에서 북측이 든 비용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 음반 출시를 위해 그간 소리 없이 일을 진행시켜 왔습니다. 웬만한 대북사업들이 성사 전에 소리만 요란했던 점을 감안했고, 북한측을 이용해 생색을 내거나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완상 이사장님의 경우도 '정치 로는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으니 문화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자'며 무보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86년에 결성된 '한민족 아리랑연구회'는 앞으로 북한 아리랑 CD를 해외 동포에게 보내는 사업을 적극 벌일 예정이다. 또한 이미 유네스코에 '유네스코 아리랑상(UNESCO Arirang Prize - 매년 전체적으로 무형문화제를 잘 보존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 제정을 추진해내기도 한 이 단체는 그 첫해 수상을 북한의 아리랑 가수나 단체, 지휘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선일보 'feel' 99년 9월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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