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갑의 우리노래 찾기 1
"아리랑은 기생들의 슬픈 노래?"
안익태의 <한국환상곡>과 편곡 '아리랑'을 레닌그라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담기 위해서였는데, 시간이 있어 다른 연주장에 갔다가 우연히 동포 지휘자 한 사람을 만났다.
40대 초반의 그는 어린 시절에 유학을 떠나 음악을 전공하고 주로 동구권에서 10여 년 간 지휘자로 활동하는 이였다.
우리는 의외의 나라에서 만난 반가움으로 이튿날 바쁜 일상에도 만나 서로의 음악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의외에도 그의 우리 소리에 대한 무시와 편견에 너무도 놀라 당황하고 말았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지휘자나 연주자들의 레파토리와 수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 우리 소리인 전통 민요 특히, 아리랑을 얘기하자 의외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정선아라리'니 '진도아리랑'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물론 노랫말이 3천여 수나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 오히려 고개를 흔들어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리고 아리랑이 "일제 때 기생들의 슬픈 노래"라고 단정하는가 하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의 가사 외에 몇 수 정도가 더 있지 않느냐는 반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외에서 아리랑이 한국을 상징(symbol)하는 노래로 인식되어 있고 매우 잘 알려진 노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우리 아리랑이 해외에 알려지게 된 데에는 그리 유쾌한 경로는 아니었다.
문헌이나 관광객들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일제시대 살길을 찾아 조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한 교민들에 의해서였고, 결정적으로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9개국 참전 용사들에 의해서였다.
그런데 전자는 고국에 대한 원망 반, 그리움 반으로 부르는 노래였고 그래서 이웃 외국인에게 처량한 노래로 전해졌고, 후자는 "전쟁과 기아와 고아의 나라, 한국의 슬픈 노래"로 전해진 것이다.
그러니 아리랑이 잘못 전달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지휘자는 해외에서 그 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아리랑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을 것이고 그때마다 아리랑에 대해 그런 정도로 설명했을 것이 분명하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인으로서 아무리 다른 장르라고 해도 그렇게 무관심하고 모를 수가 있는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가 내 얘기를 듣고 이식을 달리했을까를 생각하면 몹시 불쾌하고 불안하다. 부디 나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의 우리 소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노래 찾기>를 시작하면서 오래 의 사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제시하는 것은 음악인으로서 다른 장르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래서 음악이라는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하는 우리들이 가질 수 있는 '허실'을 지적하고자 해서다.
앞으로 본란은 필자가 20여 년간 접한 우리 음악 전반의 시대적 배경과 상대적 비교, 그리고 상관 관계 등을 통해 음악세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