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향은 전남, 전남의 예향은 진도"
째즈가 진도로 간 이유는?
"군 단위 국가 지정과 도 지정 문화재가 가장 많은 군"
"진도에 가서 그림솜씨, 노래솜씨, 춤솜씨 자랑마라"
"진도아리랑은 남도문화의 정수박이"
이 말들은 흔히 제 고장 자랑을 위해 선대의 누군가가 지어낸 말을 상투적으로 끌어다 쓴 말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지금 진도에 적용되는 말들이다.
이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만큼 진도는 전통예술이 온전히 보존되고 그래서 흥과 신명이 풍부한 고장이다.
이러한 진도에서 지난 11월 5일 저녁 8시, 별빛을 받으며 째즈가 연주되었다.
진도읍에서 십여리 거리에 있는 의신면 돈지리 마을 큰마당에서 였는데, 이 돈지마을은 20여년 전통의 마을축제 <대동놀이굿> 판이 매년 11월 첫째 일요일에 벌어지는 곳이다. 바로 이 전통 마을축제와 <아리랑축제>가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논빼미축구'·호박이고 달리기·노래자랑·진도아리랑 마당·북춤·대동놀이굿이 마을주민들에 의해 치러졌고 저녁 6시부터 아리랑을 주제로 한 시 낭송회·<현대무용 '아라리요'.>·<째즈 '아리랑난장'>이 있었다.
이 째즈무대는 세계적인 북의 명인 김대환 선생과 백인영의 아쟁, 장정미의 소리로, 두 번째 무대는 피아노와 컴퓨터 음악의 박창수, 박정민의 첼로로 구성된 아리랑주제 공연이었다.
총 40분에 걸친 연주는 모두 내 놓으라는 연주자들답게 나름대로 아리랑을 재해석한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알려져 있다 싶이 이 두 팀은 일반적인 모던 째즈나 감상용의 째즈 연주팀이 아닌,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소위 Free Jazz 연주자들이다.
그래서 40분의 무대는 진도민 들에게는 난해한 무대였다.
이 때문에 몇몇 관중이 난해하다는 하소연을 했고 행사의 총평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 진도민 들의 이러한 반응은 기대했던 바였다.
그리고, 당연한 반응이었다. 역시 진도민 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만일 다른 공연장이었다면 아무 말 없이 눈치 껏 안 보이게 빠져 나갔을 것이고,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거 무슨 음악이 이래."라고 하거나 "내가 무식한가 도대체 못 알아 듣겠네"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진도민 들은 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반응은 "이 음악이 싫다"가 아니라 "우리가 부르는 전통적인 소리와 왜 이렇게 다르냐"는 반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된다. 안된다" 또는 "좋다 싫다"가 아닌, 다시 말해 가부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도민 들에게 진도 전통음악의 진수가 시나위에 있고 그 가치는 즉흥성에 있듯이 째즈도 바로 시나위와 똑같이 즉흥성에 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 시켜 결국 형식이 다를 뿐이지, 그 정신은 같은 것이라는 설명을 충분히 하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음악은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와 질의 문제일 뿐이라는 명제를 확인 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가장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음악이 있는 진도에서 첨단의 컴퓨터 음악과 Free Jazz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래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이 행사가 계속 되어질 때마다 진도민 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이며 그들이 얼마나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하는 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어차피 전통과 첨단은 그 지향점을 달리하며 서로 끊임없이 공존을 모색하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가 진도에서 째즈를 공연한 것은 진도인의 전통음악에 대한 자부심과 그 깊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전통과 첨단음악의 멋진 조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우리는 진도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진도민의 신명과 아리랑의 어우러짐을 확인한 것이다.
2000.11.5.진도 돈지리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