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갑의 우리 노래 찾기 5
아리랑과 노벨상 이야기
노벨상과 아리랑과의 만남, 이 만남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번이 있었다.
한번은 펄벅과의 만남이고, 둘은 오에 겐자부로와의 만남이다.
최초의 여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S·P펄벅은 한국을 소재로한 소설을 쓰기 위해 경북 안동을 찾게 되었다.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 비포장 도로를 달려 안동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녘이었다.
이때 펄벅은 달구지를 끌고 지게를 지고 한가롭게 귀가하는 한 농부를 만나 차를 세웠다. 그 농부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라 달구지는 빈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농부의 지게에는 식기들이 들어 있는 소쿠리가 지워져 있었다.
펄벅은 이 장면을 감동으로 맞은 것이다.
서양 같았으면 당연히 지게는 물론 농부도 달구지에 타고 소를 몰았을 것인데, 자기 짐은 자기가 지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다 농부는 소와 주고 받듯이 아리랑을 흥얼거린 것이었다. 이런 광경에서 펄벅은 가축을 마치 가족의 한 일원으로 대우하는 지극한 평화주의요 자연주의라고 감탄한 것이다.
1962년 펄벅은 안동 김씨 일가 3대의 삶을 다룬 16번째 장편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The Living Reed)를 간행했다.
그리고 그 책의 표지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를 세겨 넣었다. 펄벅은 우리 아리랑과의 만남을 그렇게 기록해 놓은 것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인으로서는 가와바다 야쓰라리에 이어 두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이다. 당연히 이웃 나라의 수상 작가이니 우리나라의 강연회등에 초청되어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에는 자폐증세가 매우 심한 정신지체 아들이 있다. 이 아들은 소리나 음악에 예민성을 갖고 있는 아이였다. 오에는 이런 아들의 존재를 언제나 떳떳하게 소개했다.
노벨 수상 소감에서도 "나의 아들은 정신지체아입니다. 매우 자연의 소리에 예민하고 나의 문학에 큰 힘이 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98년 우리 나라에 처음 와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덧 붙였다.
"내가 한국으로 떠나는 날 아침 집을 나설 때 나의 아들은 방에서 피아노로 아리랑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내가 이웃 나라 한국에 간다는 것을 알고 인사를 한 것이지요"
오에 겐자부로는 이렇게 지체아 아들의 피아노 연주로 아리랑을 만났던 것이다.
결국 전자는 아리랑을 한국인의 평화요 휴머니즘의 상징으로 만났고 후자는 한국 음악의 상징으로 만난 것이었다. 세계 속의 아리랑, 그 일면을 보여준 것이다.
